[인터뷰] “전국체전 넘어 제주를 스포츠관광 도시로”…홍호진 단장이 그리는 2026 제주체전
12년 만에 제주서 열리는 전국체전…전국장애인체전은 사상 첫 개최
선수단 이동·안전부터 지역경제까지 “대회 이후까지 생각하며 준비” [정도일보 김현섭 기자] “이번 대회를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행사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제주를 스포츠와 관광,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만드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제107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홍호진 제주특별자치도 전국체전기획단장은 대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것은 12년 만이다. 특히 전국장애인체전은 제주에서 처음 개최되는 만큼 준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경기장 시설은 물론 선수단 이동과 숙박, 교통, 의료, 안전 등 대회 전반에 걸쳐 촘촘한 준비가 필요하다. 1993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홍 단장은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문화정책팀장과 경제활력국 경제정책과장 등을 거쳐 올해 1월 전국체전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체육 분야와 지역경제 현장을 두루 경험한 만큼 이번 대회를 스포츠와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장애인 선수 이동 불편부터 꼼꼼하게 살피겠다” 홍 단장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선수단의 이동 편의다. “제주는 항공과 선박을 통해서만 입도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이동 자체가 큰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사와 공항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선수들의 사전 정보를 공유해 공항 내 브리지 이용 등 탑승과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공항 내 장애인 차량 탑승을 위한 별도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고려해 대회 기간에는 임시 탑승 구간을 운영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경기장 역시 장애인 선수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에 나섰다.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설치하고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폭염에 대한 대비도 빼놓지 않았다. 홍 단장은 “실내경기장이라고 해서 더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선수들이 경기 전후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의료·안전 강화…“만일의 상황까지 준비” 대규모 체육행사인 만큼 의료와 안전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경기장별로 의사와 간호사, 구급차 등을 배치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제주에 배치된 의료헬기에 더해 중앙 차원의 의료헬기 1대를 추가 배치해 비상상황에 대비할 예정이다. 홍 단장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관람객이 안전하게 대회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가정하고 대응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만 보고 돌아가는 제주가 아니다…“체류형 스포츠관광으로” 장애인 선수와 관람객을 위한 무장애 관광코스도 개발한다. 홍 단장은 “제주를 찾은 선수단과 가족들이 경기장과 숙소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특히 장애인 선수들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티켓과 ‘탐나는전’ 연계…“관람객 소비가 지역에 남도록” 이번 대회에서 제주도가 처음 시도하는 디지털 티켓과 지역화폐 연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개회식과 경기장 방문을 디지털 티켓으로 인증하면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1만원 상당의 리워드를 제공해 지역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경기 관람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음식점 등으로 소비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 단장은 “전국체전이 제주에서 열렸다는 사실만 남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며 “선수와 가족, 관람객들이 제주에서 실제로 소비하고 지역 상권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것은 ‘경기 관람→관광→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제주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체전 개최가 확정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관련 예산 투입 등을 통해 약 2,65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도민 불편 최소화도 중요한 성공 기준” 대규모 행사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도민들의 일상생활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도 홍 단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경기장이 제주 전역에 분산돼 있는 만큼 선수단과 관광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숙박과 교통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장 주변과 주요 이동 구간에는 별도의 교통대책을 마련해 대회 기간 도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홍 단장은 “큰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대회 기간 도민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사전에 줄이는 것”이라며 “선수단과 관광객뿐 아니라 도민의 입장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그라운드 제주 선수들에게도 기회 제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역시 이번 대회의 중요한 목표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제주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환경과 경기력 향상 지원을 강화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망주 발굴부터 전문선수 육성, 지도자 지원까지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체전 이후에도 제주 선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홍 단장은 “이번 전국체전을 제주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회 기간의 성적뿐 아니라 앞으로 제주 체육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가 더 중요하다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이 끝난 이후 경기장과 체육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시설을 도민들이 생활체육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전문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육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홍 단장이 바라보는 것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대회 이후의 제주’다. “전국체전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진 시설과 시스템, 스포츠 인프라가 이후에도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제주를 보고 즐기는 관광지에서 스포츠관광 도시로” 홍 단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제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한 단계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에 스포츠와 문화, 지역경제를 결합해 제주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광지’에서 스포츠와 관광,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제주체전의 성공 기준도 단순한 관람객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제주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나 지역에서 소비했는지, 그리고 도민들이 대회를 통해 어떤 변화를 체감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대회가 끝난 뒤 도민들이 ‘전국체전을 잘 치렀고, 대회를 계기로 제주가 한 단계 더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제주에서 다시 열리는 전국체전과 제주 최초의 전국장애인체전 홍호진 단장이 준비하는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체육대회, 제주 곳곳을 연결하는 관광대회,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대회, 그리고 대회 이후까지 이어지는 제주 체육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