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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기고문] 내 마음의 먼지를 닦는 시간

    [이상수 칼럼] 닦는다는 것 '수행(修行)'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어보면 닦을 수(修)에 갈 행(行)이 합쳐진 말이다. 흔히 '도를 닦는다'고 말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먼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닦아야 하는 것일까? 시골집의 오래된 마루 바닥이 더러워지면 물걸레로 정성스레 닦아내듯, 우리도 마음속에 낀 ‘때’를 닦아야 한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본래 마음, 즉 참된 본심은 원래부터 때가 묻지 않은 맑디맑은 거울과 같다. 본래 깨끗하므로 본심 자체는 닦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즉 두 가지 마음이 서로 부딪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모순된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 마음에 짙은 번뇌의 먼지가 쌓여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닦아야 할 것은 본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본질을 가리고 있는 마음의 먼지들이다. 마음의 하늘에 끼는 '구름' 높은 하늘은 언제나 그 자체로 온전하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낀다고 해서 하늘 자체가 더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고 해서 하늘에 먼지가 묻는 것도 아니다.

    • 편집국
    • 2026-08-16 08:14
  • 기고 [기고문] 진정한 빛을 찾아

    [이상수 칼럼] 광복(光復)은 빛을 되찾는 일이다 광복절이 되면 의례적 태극기가 물결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날을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광복을 단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이라고만 기억한다면 광복의 절반만 아는 셈이다. 선조들은 1949년 정부가 8월 15일을 국경일로 정하면서 이름 붙인 말도 ‘독립절’이나 ‘해방절’이 아니라 광복절(光復節)이었다. 어둠에서 빛을 다시 찾다 광복의 의미를 한자로 풀어보면 뜻이 더욱 깊어진다. 광(光)은 빛이고, 복(復)은 돌아오다·회복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광복은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빛을 되찾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빛은 단순한 햇빛이 아니다. 잃었던 나라의 주권이요, 민족의 존엄이며,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은 광복의 역사적 출발이었다. 그러나 선열들이 목숨을 걸고 찾으려 했던 것은 단순히 지배자가 바뀌는 세상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이 우리답게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광복에는 ‘독립(獨立)’보다 한층 넓은 울림이 있다. 독립이 남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광복은 잃었던 우리의

    • 편집국
    • 2026-08-15 16:38
  • 기고 [기고문] 하늘이 내린 실타래 인연(因緣)

    [이상수 칼럼] 우리네 조상들은 들길을 걷다 옷깃만 스쳐도 ‘삼천 劫(겁)의 인연’이라 했다. 억겁의 세월을 돌아 한 세상, 같은 하늘 아래서 한순간 서로의 어깨를 비비고 지나가는 것조차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삶이라는 아득한 바다를 건너며 만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 그것을 우리는 ‘인연(因緣)’이라 부른다. 과연 이 인연이란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하늘이 건넨 성스러운 축복 '인(因)'은 결과를 낳는 직접적인 씨앗이요, '연(緣)'은 그 씨앗이 싹을 틔우도록 돕는 바람과 햇살, 곧 환경을 의미한다. 씨앗이 아무리 좋아도 따스한 흙과 비를 만나지 못하면 싹을 틔울 수 없듯, 사람의 만남 또한 제 시기와 자리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동양의 오랜 통찰에 따르면, 모든 인연의 바탕에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 깔려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정해진 우주의 섭리요, 세상이라는 거대한 방직기에서 하늘이 짜 넣은 신비로운 실타래다. 사랑으로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스승을 얻고, 벗을 얻으며, 마침내 반려자를 만나는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천륜(天輪)이자 천복(天福)이다. 독일의 문

    • 편집국
    • 2026-08-14 09:20
  • 기고 [기고문] 참된 삶은 무엇인가

    [이상수 칼럼]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세상의 모든 말은 상대적이다. 이 말은 저 말을 견제하고, 저 말은 이 말을 염두에 두고 존재한다. 동서남북과 고저장단이 그렇고, 흥망성쇠와 생사화복이 또한 그러하다. 산다는 것 역시 죽음을 전제할 때 비로소 성립되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다. 들숨과 날숨이 어긋나 쉬지 못하면 저승이 바로 코앞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저승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은 이에게는 문턱 너머가 바로 저승일 뿐이다.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에는 먼저 손이 가고, 해로운 음식은 멀리한다. 몸에 좋다고 하면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순한 취향을 넘어, 생명 자체를 유지하고 지키는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지닌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우리가 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갈 뿐, 우리의 삶은 언제나 사느냐 죽느냐 하는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놓여 있다. 몸을 좌우하는 마음의 생명 그렇다면 몸의 생명이 우리 삶의 전부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몸을 좌우하는 근본인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마음을 잊은 채 몸의 건강과 외형만 키우며 살아가고, 어떤 이는 몸

    • 편집국
    • 2026-08-08 05:36
  • 기고 [기고문] 우리는 누구를 남기는가

    [이상수 칼럼] 갓끈을 낚아채는 도파민의 시대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순간, 우리는 매일같이 누군가의 '갓끈'을 찾아내어 뜯어발기는 가혹한 광풍을 목격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 실수, 연예인의 과거 사생활, 기업인의 작은 착오나 타인의 연약한 허물은 찰나의 순간에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 전 국민적 단죄의 대상이 된다. 흠을 잡고, 파헤치고,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매장하는 데 온 사회가 가공할 만한 도파민을 분출하는 시대다. 누군가를 바로 세우기보다 끌어내리는 일에 더 열광하는 우리 사회의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갓끈'을 낚아채는 도파민의 정치와 캔슬 컬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사법적 판단이나 이성적 검증에 앞서 대중적 단죄가 먼저 이루어지는 '사적 심판의 일상화' 속에 살고 있다. 사이버 렉카와 SNS는 타인의 인격적 치부를 상품화하고, 대중은 이에 열광한다. 상대방의 논리와 정책을 검증하는 성숙한 토론은 사라지고, 오직 상대의 약점과 실수를 찾아내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주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정치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회와 정당은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정책의 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과거와 허물을 들춰내어

    • 편집국
    • 2026-08-06 09:09
  • 기고 [기고문] 폭염을 감사로 건너는 법

    [이상수 칼럼] 유난히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계절이다. 문을 나서자마자 밀려드는 열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인상을 찌푸리고, 뉴스 속보는 매일같이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폭염 경보를 전하기 바쁘다. 기후변화라는 과학적 진단 앞에서 우리는 이 지독한 더위를 단순히 지구가 아파서 생겨난 재난으로만 여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이 거대한 자연의 열기는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을 깊이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동양의 오랜 지혜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보았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거친 숨결은 곧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에게 던지는 커다란 질문이다. 올해는 전통적으로 '불'의 기운이 겹치는 특별한 해다. 하늘에도 불이 뜨고 땅에도 불이 가득한 시기라 불린다. 이 뜨거운 불은 만물을 키워내는 따뜻한 생명력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무서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 뜨거움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축복이 되기도 하고, 삶을 무너뜨리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의 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밝은 빛 아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 편집국
    • 2026-08-03 07:54
  • 기고 [기고문] 무지(無知), 가장 두려운 어둠

    [이상수 칼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말로 철학의 출발점을 열었다. 이 한마디는 인류 지성의 가장 깊은 통찰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아서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지혜를 향한 첫걸음을 내 딛는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이것이 철학에서 말하는 무지의 본질이며, 신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영적 어둠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닐 수 있으나, 모름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 옳다고 믿는 순간 무지는 교만이 되고, 교만은 결국 사람을 파멸로 이끈다. 성장의 문을 닫는 교만한 무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며 배우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모르면서도 안다 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날마다 성장하지만, 후자는 스스로 성장의 문을 닫아 버린다. 빈 그릇은 채울 수 있지만 이미 가득 찼다고 착각하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노자는 자신을 비울 때 도가 머문다고 하

    • 편집국
    • 2026-08-02 05:04
  • 사람들 [기고문] 감사가 꽃길을 만든다

    [외부 기고] 불행 중에도 다행을 발견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행 속에서도 끝내 불행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시각과 청각 장애인인 헬렌 켈러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능성과 영혼에 감사하며 그것을 갈고닦아 세계적인 작가이자 인권운동가가 되었다. 반면에 신체적으로 아무런 장애가 없으면서도 불평과 원망에 사로잡혀 결국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것은 처한 조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방향인지도 모른다. 정년퇴직할 때 많은 이들이 "이제부터는 꽃길만 걸으십시오."라고 덕담을 따뜻하게 건네주었다. 이후 누군가의 꽃길을 맛본 적도 있었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결국 남부럽지 않은 내 길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있고 피할 수 없는 고난도 찾아온다. 그러나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으로 바꾸어 갈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여름철 몇 달 동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비를 기다린다. 반대로 태풍과 장마가 계속되면 다시 맑은 하늘을 그리워한다. 사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저마다의 역할과 가치가 있다. 날씨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 편집국
    • 2026-07-27 08:00
  • 기고 [기고문] 신뢰(信頼)의 소멸, 그리고 회복

    [이상수 칼럼] 약속을 이행하는 사람의 말 조선조 성균관이나 사학(私學)의 유생들이 스승 앞에 나아갈 때 가장 먼저 배웠던 것 중 하나가 ‘信(신)’ 자의 유래였다. 사람이 말(言)을 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글자, 그것이 바로 믿을 신(信)이다. 입에서 뱉은 말이 헛되어 허공으로 날아가지 않고, 사람이 그 말 뒤에 우뚝 서서 자신의 언어를 행동으로 입증해 낼 때 성립하는 관계가 곧 신뢰다. 조상들은 이를 ‘언약(言約)’이라 부르며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 가령 선비들이 친구 사이에 맺었던 ‘정조(情條)’나 농촌 마을의 ‘향약(鄕約)’을 보면, 정교한 법률 조문보다 앞섰던 것이 바로 “한번 던진 말은 엎지른 물이 되지 않게 한다”는 약속의 엄중함이었다. 신뢰란 거창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그의 말이 내일도 거짓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안도감이이자 곧 사회적 자산이다. 신뢰는 어떻게 쌓이는가 신뢰는 하루아침에 대궐을 짓듯 세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농부가 가뭄을 뚫고 마지기 논에 물길을 대듯, 아주 작은 일상의 이행들이 수없이 쌓여 비로소 굳어지는 땅이다. 옛 시골 장터의 ‘객주(客主)’나 ‘덕대(德大)’들의 상거래를

    • 편집국
    • 2026-07-21 10:05
  • 기고 [기고문] 무서운 시대

    [이상수 칼럼] 배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을 잃는 것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믿었던 사람에게 등을 돌려진 경험이 있다. 가까운 친구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일 수도 있으며, 가족처럼 여겼던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신을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배신보다 더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을 잃는 것이다. 배신은 상대가 한 선택이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중요한 일과 책임을 맡긴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배신을 만났을 때 상대만 원망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보고 그 사람을 믿었는가." 그 질문이야말로 상처를 지혜로 바꾸는 출발점이다. 보이는 겉모습과 보이지 않는 인격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너무 쉽게 눈에 보이는 것에 끌린다. 학력과 경력, 재산과 지위, 말솜씨와 능력은 판단의 기준이 되곤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의 겉모습일 뿐, 인격과 양심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자연을 보아도 그렇다. 잎이 무성한 나무라고 모두 튼튼한 것은 아니다. 뿌리가 썩으면 거센 바람 앞에서 먼저 쓰

    • 편집국
    • 2026-07-20 08:55
  • 기고 [기고문] “지식은 안 보여도 교양은 보인다”

    [이상수 칼럼] 지식의 화려함과 교양의 아늑함 지식은 그 사람이 구사하는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화려한 스펙과 유창한 언변은 지적 능력을 증명하는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교양은 결코 해박한 지적 앎이 아니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투철한 '공동체 의식'이자, 내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엄연한 자각에서 출발한다. 내 행동이 주변에 미칠 영향을 깊이 헤아리는 마음, 즉 지식이 인간을 똑똑하게 만든다면 교양은 인간을 비로소 인간답게 만든다. 《소학》의 몸가짐과 《대학》의 큰 뜻 전통 유교 사회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간을 교육할 때도 '지식'과 '교양'의 선후 관계는 명확했다. 옛 선비들의 첫 관문은 아동용 필수 교재인 《소학(小學)》이었다. 《소학》의 핵심은 '쇄소응대(灑掃應對)', 즉 물 뿌려 마당을 쓸고 어른의 부름에 공손히 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교양의 습관화' 단계다. 반면 성인의 학문인 《대학(大學)》은 이 토대 위에서 지식을 탐구하고(격물치지) 뜻을 세워(성의정심)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수기치인) '지식의 확장'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서 핵심은 순

    • 편집국
    • 2026-07-19 01:41
  • 기고 [기고문] 제헌절, 헌법보다 먼저 새겨야 할 것

    [이상수 칼럼] 격랑 속의 약속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신이 처음으로 문서에 새겨진 날이다. 나라에도 생일이 있다면 바로 오늘 일 것이다. 1948년 여름의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웠다. 해방의 기쁨은 짧았고, 거리마다 좌우 이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북녘에서는 공산주의 체제가 굳어지고 있었고, 남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산고(産苦)를 겪고 있었다. 그 격랑 속에서 제헌국회는 헌법을 제정했다. 총성이 멎은 뒤가 아니라, 동족상잔의 총성이 들려오기 직전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단순한 법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를 세계 만방에 선언한 시대의 엄숙한 약속이었다. 길을 잃은 정치 그로부터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오늘, 우리는 다시 제헌절을 맞이한다. 외형은 눈부시게 성장했으나, 국민의 마음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깊게 갈라진 듯하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진영의 이름 뒤에 숨어 끊임없이 반목한다. 좌파는 평등과 복지,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말한다. 우파는 자유와 책임, 시장경제와 법치를 강조한다. 두 철학 모두 인간과 국가를 구원하고자 하는 나름의 숭고한 이상을 품고 있다. 진

    • 편집국
    • 2026-07-17 06:40
  • 기고 [기고문] “종교적 실망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

    [이상수 칼럼] 우리는 살면서 종종 누군가에게 깊은 실망을 느낀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실망의 크기가 상대가 입은 옷이나 사회적 위치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나가는 걸인이 화장실을 찾지 못해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하면 사람들은 혀를 쯧쯧 차면서도 "오죽 급했으면 그랬을까" 하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평판 높은 성직자가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행위의 본질은 동일함에도 이토록 반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내 안에 심어두었던 '과도한 기대'에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성직자라는 이유로, 혹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초월적 존재일 것이라 믿었던 소박한 착각이 결국 상처라는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것이 아니라 영역이 다를 뿐이다 어린 시절 받았던 반공 교육을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휴전선 너머의 사람들이 머리에 붉은 뿔이 난 도깨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분단의 장벽 너머에도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는 인간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단지 지역과 사상의 차이로 격리

    • 편집국
    • 2026-07-15 09:52
  • 기고 [기고문] “참된 책임의 길”

    [이상수 칼럼] 허물을 내 것으로 품는 성찰 연일 쏟아지는 폭우와 무거운 습기가 온 대지를 짓누르는 장마철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궂은 날씨는 육신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일상의 걸음을 무겁게 만들기 마련이기에, 이 고단한 계절일수록 스스로의 건강을 살피는 지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현대인들을 더욱 지치고 아프게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이다. 장마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걷히기 마련이지만, 공동체를 덮은 정서적·정치적 장마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은 민감하게 날이 서 있다. 언론과 정치권은 물론 대중의 시선까지도 모든 사안을 오직 ‘좌와 우’, ‘내 편과 네 편’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재단하려 든다.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적인 거부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우리 편의 허물은 어떻게든 합리화하며 덮으려 급급하다.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공동체에 진정으로 유익한 방향이 무엇인지는 이미 변두리의 문제로 밀려난 지 오래다.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며 비난을 퍼붓는 소리만 가득한 지금, 사회는 서로를 치유하고 통합하는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채 깊은 갈등

    • 편집국
    • 2026-07-10 09:56
  • 기고 [기고문] “만물(萬物)을 주관하는 그릇”

    [이상수 칼럼] 비 걱정의 굴레와 부러움이라는 가면 장마철 비는 당연한 하늘의 이치건만, 인간의 마음은 날씨 하나에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제만 해도 가뭄을 걱정하며 텃밭 곡식에 조롱으로 물을 주었는데, 막상 아침 출근길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니 이번에는 비 피해가 앞선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걱정, 오지 않으면 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이렇듯 인간의 걱정이란 늘 나를 떠나지 못하고 일상이 되어 그림자처럼 동행하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걱정은 대부분 '부러움'이라는 돋보기에서 시작된다. 내 손에 쥔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작아 보이고, 남의 손에 들린 것은 유독 커 보이는 심리 말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이 마음은 매한가지다. 다만 어른은 체면이라는 두꺼운 가면 아래 이를 묻어두고 태연한 척할 뿐이다. 막상 부러운 것을 다 이룬 이들에게 물어보면 공통적인 대답은 "별것 없다"는 싱거운 독백이다. 죽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할 부러움의 잔재들을 붙잡고 우리는 왜 이토록 서성이는가. 인생 갑자(甲子)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여전히 부러움에 눈이 멀어 하늘 앞에 가져갈 이렇다 할 '인생 실적'이 없음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공수래공수거가 아닌 '사랑

    • 편집국
    • 2026-07-0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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