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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칼럼] 스스로 만든 기자라는 명함이 무슨 의미 있으랴

 

 

 

논어 학이편을 보면 '子曰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자왈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해석하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심과 신의를 지키며, 자기만 못한 사람을 벗삼지 말고,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아라.”라는 뜻이다. 어제 수원시와 안성시의 신년 인터뷰 현장을 오전 오후 참석하며, 그 자리를 채운 기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내내 마음속에 머물렀던 생각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공자는 세계 4대 성인의 한 분이다. 위의 글은 그런 공자께서 '인간관계와 자기 수양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구절로 ▲충성과 신의를 삶의 중심에 둘 것 ▲올바른 벗을 사귈 것 ▲잘못을 고치는 용기를 가질 것을 제자들에게 권면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오늘 새벽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사귀지 말라"는 뜻을 헤아려 보고 있는 중이다.

 

공자 사상에서 ‘충(忠)’은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신(信)’은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즉 내면과 외면의 일치가 인격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벗의 선택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은 홀로 수양하기 어렵고, 좋은 학우나 지인이 수양과 학문의 진전을 이끈다는 가르침이다. 공자의 ‘無友不如己者’는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을 구지 친구 삼지 말라는 것으로, 즉 “나보다 못한 사람이 청하면 받아들이되, 되도록 나보다 나은 이를 벗으로 청하고 본받으라”는 취지이다. 무엇보다 공자는 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고치는 용기있는 태도야 말로 군자의 핵심 덕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 해 필자는 정도일보 신년사 작성을 끝내 완결짓지 못했다. 어떤 글을 써도 필자의 마음 속에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마음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창간 10년차인 정도일보의 민낮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언론사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자기 성찰만 깊어졌었다. 어쩌면 새 해부터는 광고 업무에 목을 매야할 현실에 대한 우울감과 자괴감에 따른 불안한 마음가짐 때문에 어떠한 미래 청사진도 신년사에 담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 삼지 말라"는 뜻을 언론인, 즉 언론사 대표와 취재 기자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언론 본연의 책무에 눈감고 귀막은 자칭 기자라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마음에 담고 있다. 기자라는 직업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서 들고 다니는 명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기사로 드러나는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고 수익 때문에 귀 막고 눈 감지 않는 언론인이 되기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참된 언론인과 벗 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품위와 열정 없이 생계형 기자 생활을 지속하기란 어쩌면 너무 쉽고 편해서 '참된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이 더욱 귀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