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함양향교, ‘제4회 전국 한시 백일장’ 성황리에 개최

전국 230여 명 참가… 우리 율시 대중화 위한 유림의 실천

 

(정도일보) 선비의 고장 함양에서 지난 5월 11일, 함양향교 주최로 ‘우리 율시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제4회 전국 한시 백일장이 개최되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백일장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에서 남긴 “나는 조선인이니 기꺼이 조선 시를 짓겠다(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라는 정신을 계승한 행사로, 전통 한시 문화를 현대에 되살리고자 마련됐다.

 

이날 백일장은 행사는 상림공원 내 고운기념관에서 열렸으며, 일반부 200명과 학생부 30명 등 총 230여 명이 참가해 ‘전통 칠언율시’와 ‘우리 율시’ 부문으로 나뉘어 창작 대결을 펼쳤다.

 

올해 백일장의 시제는 ‘앙모 일로당 양관 선생(仰慕梁灌先生)’. 양관(梁灌, 1437~1507) 선생은 덕천군수, 의주목사 등 외직을 역임한 조선의 대표적 청백리로, 성종 임금으로부터 칭송을 받았으며, 귀향 시에는 책과 거문고, 학 한 마리만 지닌 검소한 행색으로 궁궐 벽에 본보기로 그림이 걸릴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날 백일장에서 1구 측성, 2구 명(名), 4구 영(迎), 6구 영(纓)으로 정해진 압운에, 행사 당일 공개된 8구 운을 사용해 참가자들의 창작 역량이 평가됐다.

 

시상은 ‘전통율시’와 ‘우리 율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전통율시에 수장원 1명 우리율시에 장원 1명에게 100만 원, 차상 각 2명 70만 원, 차하 각 4명 50만 원, 참방 각 4명 20만 원, 가작 30명과 학생부 15명에게는 각각 10만 원씩 상금이 수여됐다.

 

심사 결과, 전통율시 부문에서는 수장원 김종대(부산), 차상 김교희(서울)·이응춘(대구)이 선정됐으며, 우리 율시 부문에서는 장원 하을태(사천), 차상 윤현희(진주)·노봉희(함양)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차하에는 구봉근(함양) 외 7명, 참방은 안용복(부산) 외 15명, 가작에는 강현희(하동) 외 29명이 각각 선정됐다. 이 외에도 특별상 신왕용(함양) 외 3명, 학생부 금상 이주승(남해고등학교) 외 14명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축사를 통해 “함양은 양관 선생과 같은 선비들이 자연과 학문, 사상을 노래하며 선비문화를 꽃피운 고장”이라며 “오늘 백일장에서 문사로서 여러분의 시심(詩心)을 마음껏 펼쳐 멋진 작품을 완성하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함양향교는 2021년부터 30여 명의 유림이 참여해 ‘대한신운’을 교재로 삼고 우리 율시 창작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신운’은 기존 중국식 평측 운율에서 벗어나 우리말 정서와 운율에 맞는 조선식 한시 창작법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어 한시의 현대적 계승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