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호 칼럼] 우리민족은 단기 4,358년 전부터 하나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많은 대한국민들이 나라가 두쪽이 나는줄 알고 당황했다. 그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사태에 대한 탄핵 판결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너무나 오래 판결을 내리지 않아 탄핵 찬성 진영과 탄핵 반대 진영의 불만들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일 헌재에서 결론를 발표하자 모두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양쪽 진영 모두 수긍할 모범적 답변을 내 놓았기에 오랫동안 끌면서 쌓였던 불만들이 누그러졌던 것이다.
우리들의 금언중에는 '칼로 물베기'라는말이 있다. 부부 싸움이든 진영 논리이든 칼로 물베기를 해봤자 별무소용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탄핵 찬성편은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탄핵 반대편은 대통령을 파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헌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대명제인 민주주의를 설명했다. 대한국민 누가 들어도 부인하지 못한 대전제인 '민주주의 가치 수호'의 측면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할 모범답을 냈다. 즉 서로의 이해타산과 진영의 명분 논리가 다를지라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1항)'로 시작된다. 그리고 모든 헌법의 내용은 이 대전제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기에 지난 윤석열 정권의 계엄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국론 분열을 직시했다. 정당 정치의 민낯을 모든 국민들이 볼 수 밖에 없었다. 양쪽 진영 논리가 너무나도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든 국가는 한 시대를 살며 날아가는 기러기떼와도 같다. 기러기는 앞에서 안내하는 선두에게 울움짓과 날개짓을 보내며 함께 날아간다고 한다. 우리들도 기러기떼 처럼 멀리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는법을 배워야 한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협치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며 서로의 다른 진영 논리를 인정하고 타협하며 더 나은 결정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상대 진영을 서로 적으로 간주하고 투쟁만 하기에는 세계 경제나 안보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진영 논리에 빠져 그저 대선 승리와 집권만이 각 정당의 최고 존재 명분이 되어서는 안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정치 판도는 이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갖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많은 가짜 뉴스가 또다시 여론을 선동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는 좌우 진영 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묵묵히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하는 중도층의 대한국민이 많다. 결국 대통령 선출의 키는 중도층 표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협치를 이루고 공존의 틀이 마련된다. 더 이상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줄 때, 비로소 같이 살아갈 수가 있다는 교훈을 배우기 바란다. 그래서 잃어버린 '공정과 상식'이 부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 '같이' '함께'라는 뜻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하나이고, 둘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