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함께 읽는 詩 / 김현섭] 귀뚜라미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와 짧은 감상평을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귀뚜라미 
             -김현섭

 

귀뚜라미가
고개를 쳐든다
​가만히 보니 나를 닮았다

 

초저녁 이른 가을
귀뚜라미 서럽게 운다

 

이 아이는 뭐가 문제일까?
먼 길 떠나려는 나를 위해
밥상 아래서 울고 있나?


내 지나온 삶이
저 보다 못하다고
저리 슬피 울고 있나?

 

내 나이 늙는 것도 잊고
지나치게 무심히 세월을 보냈다

 

귀뚜라미 어디 있나?

 

사라졌다

 

※삶은 유한합니다. 귀뚜라미 역시 짧은 시간을 생으로 지냅니다. 신문사 시절의 어느 초저녁 가을밤, 새로운 본사 사령을 받고 새벽 이사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사람과의 술자리를 좋아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다보니, 어느사이 세월만 축내고 있었구나 깨달았던 저녁이었습니다. 이후 가을밤 내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