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 최충식] 세월

 

 

            세월

                    - 최충식

 

어둑한 방에서 어머니가
마루에 나와 앉으면
죽은 것 같았던 가지에 불그레
명자꽃 피었지
십수 년이나 지났는데
그 마루에 걸터앉으면
어느새 곁에 와계신 어머니
어디 아픈 데 없느냐고 물으신다
나도 그 나이 쪽으로
자꾸 올라가고
사이에 고목이 되어가는 명자나무도
꽃이 훨씬 많아졌다
조랑조랑 매달리는
가계처럼 환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다

 

*** 생전의 어머니께서 바라보고 즐기시던 꽃을 노년의 아들(시인)이 그리움을 담아 바라보고 있다. 아들이 직접 찍은 명자나무와 고택의 투박한 나무의자 사진이 고즈넉하다. 돌아가신지 십수년이 흘러도 저 투박한 나무 의자에 앉아있자니 어느새 어머님이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어디 아픈 데 없느냐'고 물으신다. 어느덧 어머니의 생전 나이 만큼 세월을 보낸 시인은 활짝 핀 꽃 속에서 어머님의 은혜와 생전에 다 하지 못한 효를 후회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인은 흐드러진 명자꽃처럼 자손들의 번창을 기원하고 있다. 오래오래 뿌리 깊은 가계(家系)의 계통을 염원하고 있다. 붉은 명자꽃이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자식의 절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김현섭 편집국장

 

 

최충식 시인은


옛집에 <은하의 뜰>편액을 걸어놓고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다

 

홍성문예아카데미 출강
전 홍성도서관 관장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겸 충남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