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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영 칼럼] '길어깨'라는 말의 뜻을 알고 계시나요?

1993년 국어대사전에서 노견, 길어깨를 '갓길'로 통일 후 사라진 일본식 표현

 

[김구영 칼럼] 남양주시에서 태릉 가는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길우측 중간에 `길어깨 없음`이라고 노란색 바탕으로 눈에 확띠게 표지판을 가운데에 잘세워 놓은 것을 보았다. 처음보는 말이었으나 워낙 눈에 잘 띄길래 궁금해서 자세히보니 푯말을 지나서는 `갓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갓길을 저렇게 길어깨라고 표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북한에서는 전구(電球)를 `불알`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대체 누가? 왜? 국어대사전의 표준어인 `갓길`을 놔두고 굳이 생소한 `길어깨`로 표시했을까?

 

그러면서 '길어깨'라는 생소한 단어가 혹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는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동시에 일어났다. 혹 지방자치단체에서 부터 시작해 국민들이 북한식 용어나 사회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아무런 위화감이나 거부감이 없도록 하기 위한 교묘한 트릭이나 전술전략이 아닐까? 필자는 이런 우려와 불안감이 먼저 들었었다.

 

어쩌면 필자의 이런 불안감은 최근 8.15 기념식장에서 광복회장이란 사람이 이승만 건국 대통령과 애국가 작사를 폄하하는 무지하고 무례한 행태를 보고 탄식으로 한숨짓던 중이라 더욱 예민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필자의 안타까운 탄식에 동의할 사람이 많이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현 정부 인사들의 바로 이런 행위가 남남갈등, 이념갈등의 본질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비정상적인것이 정상으로 둔갑해 판을 치고, 역사를 왜곡하며 거짓 공평을 외칠지라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어둠의 시대에 직면한 탓일까? 길어깨 없음 이라는 표지판에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스쳐지나 갔었다.

 

특히 노견(路肩)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차용해 `길어깨`로 바꾼 모양새 역시 왜색적인 표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구지 도로를 사람 몸에 비유해가며 용어 선택을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도 의문스럽다.

 

예전에는 그러니깐 1993년 2월 정부 주도로 이어령 문화부장관이 당시 안병희 교수를 국립국어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초빙하고 국어대사전 국어 표준화법을 제정하기 전에는, 도로 위 고장난 차를 세워두거나 소방차나 구급차등 급한 용무가 있는 차들이 지나가는길로 흔히 노견(路肩), 길어깨라고 불렀었다. 지금 사용하는 갓길이라는 순 우리말 단어가 당시 많은 국어학자들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뤄진 정부의 통일되고 순화된 표현임을 감안할 때, '길어깨 없음'이라는 표현은 현 정부 누군가의 시대착오적 행정의 결과물일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하 관계 공무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국어대사전 순화(행정 용어 순화 편람(1993년 2월 12일))을 보면 '노견(路肩)', ‘길 어깨’ 대신 순화한 순우리말 ‘갓길’만 쓰라고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대중들에게 의사를 잘 전달하려면 익숙한 단어의 사용으로 그 전달력을 높여야지 그간 사용하지 않던 일본식 '노견'의 차용 용어인 `길어깨`의 등장으로 많은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들 필요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표준어인 순우리말 `갓길`을 놔두고, 1993년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일본식 표현인 노견(路肩)의 차용 잔재 용어인 `길어깨`가 대체 뭡니까? 당장 철거하고 다시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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