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일보 윤진성 기자]득량만은 장흥, 보성, 고흥과 완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 생계의 터전으로서 역할을 담당해 온 청정 해역입니다.
벌교 북쪽의 조계산, 보성의 전일현, 장흥의 제암산, 억불산, 사자산, 천관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영양분을 실은 채 사철 내내 바다로 유입됩니다. 그 바다는 넉넉하고 비옥한 생성의 터전으로 예로부터 득량만 바다에서 나는 김과 물고기와 조개들은 다른 여느 바다에서 나는 것들보다 훨씬 고소하고 쫀득쫀득 맛있다고 소문이 나있습니다.
득량만 바다 속을 들여다보면, 물의 흐름과 갯벌의 무르기에 따라 서식하는 조개들이 전혀 다릅니다. 물 흐름이 느린 벌교쪽의 무른 갯벌에는 고막이 잘 번성하고, 물 흐름이 좀더 빨라지는 보성 율포 해수욕장 앞과 장흥 수문포 해수욕장 앞과 득량도 주위의 가는 모래 섞인 갯벌에는 키조개가 잘 번성하고, 물 흐름이 더욱 빨라진 까닭으로 모래가 좀 더 굵은 장흥 관산 앞에는 피조개와 새조개가 많습니다. 잔모래 섞인 갯벌이 분포되어 있는 율포와 수문포와 율산 마을, 고흥 과역 노일리 앞바다의 연안 갯벌에서는 달콤한 바지락이 잘 자랐습니다.
득량 바다 물은 완도쪽에서 흘러 들어왔다가 다시 완도쪽으로 흘러나갑니다. 완도쪽의 바다에 살고 있던 큰 고기들이 갯벌 무른 득량바다로 들어와 알을 낳고 어린 고기들 자라기에 알맞도록 미생물들이 많아 어류 산란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습니다.
득량만에서도 고흥만이 산란지로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1991년부터 시작된 간척 사업으로 어류 산란지가 사라져 지난 30여 년 동안 득량만의 피폐화, 황폐화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득량만을 생계 터전으로 살아 온 어민들은 입을 모아 주장합니다. 고흥만을 다시 복원해야 득량만이 살아난다고 말입니다.
득량만(得糧灣)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와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들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지금보다 몇 십 배 드넓은 갯벌이 아스라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닷물을 막기만 하면 농토로 변하는 갯벌밭. 간척사업을 벌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농토를 만들어 곡식을 얻을 수 있는 바다라 하여 득량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성의 예당평야입니다.
1990년 쌀 자급률이 100%가 넘던 시절, 식량 확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에게 어업 소득을 농업소득으로 대체해 주겠다며 고흥만을 간척하였습니다.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국가는 123ha나 되는 농경지에 비행시험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비행시험장이 예정대로 들어선다면 고흥만의 역간척은 물건너 가고 어류 산란지를 잃은 득량만의 황폐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장흥, 보성, 고흥, 완도에서 득량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도 더욱 팍팍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4월 총선 시기를 맞이하여 장흥, 보성, 고흥 주민들의 연대로 고흥만 역간척 사업을 최대의 쟁점으로 만들어 봅시다. 이 글을 읽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상황을 공유하고 뜻을 같이 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현실적인 방안들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