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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아시아 제패 노리려면 팀 스피드 보완이 절실하다

[정도일보 윤진성 기자]전북현대가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요코하마마리노스(일본)에 완패를 당했다. 송범근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안방에서 더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더 이상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강원FC를 연상케 한 요코하마의 포지션 이동

 

요코하마는 굉장히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었다. 요코하마 감독인 엔제 포스테코글루는 내가 호주 프로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브리즈번로어 감독이었고, 이후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도 맡은 바 있다. 그가 2018년부터 요코하마를 맡아 팀을 잘 만들었다.

 

요코하마는 K리그1 강원과 유사한 축구를 한다. 강원은 측면 풀백 신광훈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을 한다. 신광훈이 비워둔 자리로 윙포워드가 내려오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윙포워드가 비워둔 자리로 침투하면서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하는 식이다.

 

요코하마의 경우에는 1차 빌드업시 홀딩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센터백 사이로 들어오거나 좌우 풀백 중 한 명이 미드필드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패스 루트를 만든다. 이때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르코스는 풀백이나 홀딩 미드필더가 비워둔 자리로 이동한다. 센터백 티아고는 탁월한 패스 선택과 공간을 활용한 드리블로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다. 결국 요코하마는 볼을 가진 주변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며 압박을 풀어나갔다.

 

전북은 요코하마의 1차 빌드업을 저지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선 전북의 최전방 라인에는 기술이 좋은 선수들은 많았지만 스피드나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는 거의 없었다. 1차 압박에 실패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고, 정혁이 홀로 위치한 포백 수비진의 앞 공간이 비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했다.

 

요코하마는 1차 압박을 풀어낸 뒤에는 좌우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지난해 J리그 MVP 나카가와가 오른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찬스를 잡았다. 전북의 김진수가 포백 수비진 앞의 공간을 막기 위해 자주 전진했는데 이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진수가 이날 유독 어려움을 겪은 것도 요코하마의 1차 빌드업을 전북이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사실 전북이 이날 두 골을 실점한 것이 다행일 정도의 경기였다. 송범근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5골 이상도 내줄 수 있었다. 전북은 후반에 조규성과 무릴로가 들어오면서 그나마 요코하마의 빌드업을 부분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으나 두 명(손준호, 이용)이 퇴장 당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전북은 결과, 내용, 포지션별 개인기량 뿐만 아니라 매너까지도 졌다. 경기를 보는 내내 한국의 대표 클럽이 일본 대표 클럽에 농락당하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날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선수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나’ 고민도 많이 하게 됐다.

 

전북은 선수 개개인의 무책임한 플레이도 문제였지만 팀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빌드업의 속도, 패스의 선택, 볼 없는 사람의 움직임 등에서 요코하마의 수비를 뚫어 낼만한 장면이 없었다. 그나마 전반전에 상대 문전에서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쿠니모토가 슈팅을 시도한 부분 전술이 한 차례 빛을 발했을 뿐이다. 조규성의 만회골은 상대 골키퍼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팀 스피드가 떨어지면 개인의 스피드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로페즈와 문선민의 공백이 너무도 커 보였다.

 

스피드 보강을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북이 이번 오프시즌에 구자룡, 오반석 등 즉시 활용이 가능한 센터백을 많이 영입했으니 공격적인 스리백을 구상해보면 어떨까 싶다. 공격적인 3-4-3 혹은 3-4-1-2 포메이션으로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일대일 싸움을 걸어 1차 빌드업을 저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만약 지금의 포메이션과 전술을 바꿀 수 없다면 선수 구성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팀을 떠난 로페즈, 문선민, 신형민의 역할을 대체할 선수만 있다면 현 체제로도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교원, 무릴로, 최보경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은 K리그에서는 개개인의 이름값과 기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확인했다. 요코하마전에서 보여준 선수 구성과 포메이션은 빠져나간 선수들의 빈자리만 더욱 커 보이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