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일본과의 경제전쟁 오히려 '전화위복'

日 수출규제 반년... 의존도 낮추고 공급 안정성 확보 성과

[정도일보 윤진성 기자]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핵심 3대 품목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2조1000억원을 투입해 수급 안정성과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고,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목표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22일 인천 서구의 포토레지스트 소재 생산업체인 경인양행에서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열고 2020년 소재부품장비 대책 시행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지난 6개월간의 성과를 점검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對)한국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업계와 함께 국내생산 확대, 수입국 다변화 등을 적극 추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자리에서 “일본 수출규제로 가장 피해가 우려됐던 3대 품목(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은 국내 생산 확대, 수입국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 안정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불산액은 공장 신증설과 수요기업 테스트를 완료해 시제품 생산 등에 활용중이며, 불화수소가스와 불화 폴리이미드도 신규 공장을 완공해 세제품을 생산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 등 제품을 시험 중이고, 자체 기술개발과 미국 듀폰 등의 투자를 유치해 국내 공급기반을 강화했다.

 

총 2조원 이상 규모의 자발적 민간투자와 글로벌 기업의 국내투자도 구체화됐다. 효성은 지난해 8월 탄소섬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해 전주공장 추가 증설에 나섰고, 현대자동차는 3000억원을 투입해 2021년 양산 목표로 울산공장 신설을 확정했다.

 

또 지난해 11월 세계 3대 반도체 장비회사로 꼽히는 램리서치는 6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공정 핵심장비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글로벌 화학소재기업 듀폰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천안에 건설한다.

 

국내 중견 기업인 솔브레인은 일본에 전량 수입 의존하던 트웰브 나인(순 99.9999999999%) 불산액 양산 설비를 갖췄다. 정부는 개발된 기술이 생산 단계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5개 공공연구소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부처 간 협력을 통해 7개사에 대한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75일→30일)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12개 사업장 1275명), 금융지원(1638건, 3조4000억 원) 등 기업의 생산과 연구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대책 추진을 위한 제도도 마련됐다. 정부는 이날 20년 만에 전면 개정한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조치법의 하위 법령인 특별법 시행령 전부개정령도 입법 예고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상, 범위, 기능, 방식, 체계 등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한 이번 특별법은 4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3대 품목에 대한 확실한 수급 안정 기반이 구축되고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수입국 다변화, 기술개발, 협력모델 추진 등 공급망에 변화가 시작됐다”며 “산업계에서는 기업간 협력 및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정부 내 협업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변화가 없고, 핵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예산이 확보된 만큼 먼저 100대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개발과 생산을 연계하는 기업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3대 규제 대상 품목은 완전한 수급 안정화 달성을 목표로 국내생산 등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 기술개발과 생산 연계에는 1500억원을 투입해 15개 공공연구소·나노팹(기업체가 나노기술을 적용한 소재 등의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 등을 할 수 있는 공장) 등 테스트베드(시험장)를 대폭 확충한다. 또 국가연구인프라(3N)를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또 소재·부품·장비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는 보증·경영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등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모델은 2019년 4개에서 2020년 20개 이상으로 확대 발굴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각 1000억원, 금융위원회는 4000억원 등 소재·부품·장비 투자펀드를 조성해 운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해외 인수합병(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와 연계해 해외기업의 M&A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유동성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경쟁력 위원회는 이날 6건의 협력사업도 승인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서 수요-공급기업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협력 활동에 예산·자금·규제특례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에 승인한 협력사업 대상은 반도체 전(前) 공정과 이차전지용 소재, 불소계 실리콘 소재 등으로 현재 전량 또는 상당액을 해외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협력 방식은 수요-공급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이나 시제품 테스트 수준의 협력을 넘어 국내외 기업·연구소와 기술 제휴·이전, 해외 M&A, 대규모 투자 등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식을 채택했다.

 

정부 지원도 기존의 개별·단편적 지원에서 벗어나 각 부처의 전향적 검토를 기반으로 R&D, 정책금융, 인력, 규제 특례 등 사업 전 주기에 걸쳐 포괄적·패키지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양국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부당한 조치인 만큼 원상회복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의 공급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