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윤진성 기자]최근 전남에 소재한 순천 H고교(이하, H고교)는 시험 힌트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등 공정하게 시험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제보를 받고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러한 의혹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전라남도교육청(이하, 전남교육청)에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남교육청은 연말 업무가 과중하다는 핑계로 조사 대상학교가 스스로를 조사하도록 조치하였다. H고교 학생들의 문제제기를 학교가 무시한 탓에 시민단체 제보.교육청 민원이 된 사건인데, 이런 정황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H고는 이러한 제보와 민원 발생에 대해 반성하고,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기는커녕 제보자 색출에 초점을 맞추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태를 보였다. 전남교육청이 도둑을 잡으라고 학교에 귀띔하니까 학교가 신고자를 잡고 있는 격이다.
H고교가 2019년 12월 말 경 실시한 해당 설문 조사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항들이 있다.
(제보 경위를 캐는 내용) “2학기 기말고사 한국사 시험에서 사전에 6~10반 학급에게만 힌트를 주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6~10반 학생들에게만 힌트를 주었다고 하는 사실을 언제, 어디서 들었습니까?”
(제보자의 신원을 캐는 내용) “(알려준)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요?”,
(문제 제기 진정성을 의심하고, 제보자 색출을 압박하는 내용)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혹은 설문에 응한 여러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여러분의 문제제기의 진실성에 의심받게 됩니다.”
특히 충격적인 건 1차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한 전남교육청이 2차 설문조사를 지시했다고 H고 측이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민단체에 제보하였는데, 오히려 학교가 제보자를 색출하려 들면 신고자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신고자에겐 용기를 내어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생기지 않고, 부조리를 알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경계심만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청이 얼마나 정의에 관심이 없는지, 신고자의 고통에 무감각한지 학습하게 될 것이다.
불공정한 시험 등 의혹로 이미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를 겪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 전남교육청은 H고 측의 몰상식한 행태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H고는 이를 계기로 학생들의 의견 및 민원 내용에 귀 기울여 적극적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평가 전반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0. 1. 3.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