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윤진성 기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최근 광주.전남 일부 고교의 학부모.학생들에게서 제보받은 바에 따르면, 출제오류로 고등학교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줄 것을 광주.전남교육청, 교육부 등 교육당국에 촉구하였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ㄱ고교의 경우, 이 학교 생명과학 교사 A씨가 배점 절반에 해당하는 문제를 출제하였는데 특정 문제집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를 볼 때는 문제집 숫자를 응용하는 수준이었으나, 1학기 기말,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를 그대로 베꼈다.
사실을 눈치챈 ㄱ고교 일부 학생들은 정보를 독점하면서 좋은 성적을 챙겨왔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학생들의 문제 제기 끝에 학교 측은 결국 2학기 기말시험 종료 이후 앞서 치른 세 번의 시험에 대해 모두 재시험을 보기로 결정하였다.
전남에 소재한 ㄴ고교의 경우, 한국사 교사 B가 특정반 학생에게만 시험 힌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올해 2학기 기말고사 실시 전 1학년 6~10반 학생들에게만 서술형·객관식 문제 구분하지 않고 힌트를 알려주었는데, 같은 학년 1~5반 학생은 시험 직전에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ㄴ고교 학생들은 다른 한국사 교사 C에게 문제제기하였다. 교사 C는 힌트제공 행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제의 발단이 된 교사 B의 경우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학교는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험이 치러졌다.
참고로 전희경 국회의원에 협조를 받은 자료(원출처 : 각 교육청)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시험은 2017년 2,539건에서 2018년 1,880건으로 줄어들었지만 2019년에는 급격히 늘어 1학기만에 2,021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주요 재시험 사유를 보면, 참고서 문항 전재轉載, 특정반에만 힌트 제공 등 출제 부조리를 포함 복수 정답, 정답 없음, 답안지 분실, 시험일자 변경 등 출제오류, 시험관리 문제 등이 있었다.
광주의 경우, 2016년 ㄷ여고 생기부 조작, 2017년 ㄹ고교 시험지 유출, 2019년 ㅁ고교 시험문제 유출 등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결국 시험실시 전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재시험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입제도 공정화 방안 등 잦은 입시제도 개편을 두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수능뿐 아니라 내신, 교과활동, 논술 등도 챙겨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재시험 사례나 현황을 통해서 확인될 수 있듯이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일단 출제오류가 발생하면 처리 방식과 무관하게 학생들이 불편과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문항에 대해 동료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검토하는 등 공정한 시험체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적인 대책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그치지 않고, 내신 절대평가와 수능자격고시화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교육 개혁이 장밋빛 전망으로 그치지 않고 재시험 논란이 일지 않도록 평가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의 요구>
- 광주.전남교육청은 ㄱ, ㄴ학교에 대한 실태파악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
- 광주.전남교육청은 학업관리지침에 따른 지도점검을 강화하라.
- 교육부는 내신 완전 절대평가 등 평가 혁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
2019. 12. 23.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