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함께 읽는 詩] 커다란 귀는 무엇을 들었을까 / 김영숙(은실)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를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커다란 귀는 무엇을 들었을까
                                    -은실 김영숙

고개 푹 숙인 아영이
토끼한테 간다

 

한참 동안
토끼 우리 앞에 서 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토끼 두 눈이 빨갛다

 

 

※필자는 지난 7월31일부터 안양시청 등에 출입 기자로 등록하고 활동하면서 안양시와 시민들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안양문인협회 회원 등 문인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그러다가 지난 7월 초에 개최한 2025 안양문인협회 시화전 관련 글과 사진들을 찾아 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인분의 소개로 동시를 쓰고 수필가로도 활동 중인 김영숙(은실) 작가의 서정적이고 동심 가득한 동시 2편을 받아 읽게 됐습니다. 

 

안양의 어느 초등학교에는 토끼를 키우는 우리가 있고, (아마도)방과후에 아영이라는 3~4학년 여학생이 우리를 찾아와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습니다. 그러자 (아마도)자주 찾아와 아영이가 먹이를 주며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었을 법한 토끼 한마리가 아영이 앞에 서서 가만히 아영이를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토끼 눈이 빨개지며 함께 울먹이 듯 한참을 그렇게 둘이 서있습니다. 제가 이 동시를 읽으며 그려지는 마음속 풍경이었습니다. 반려견을 키워 본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 몇 번씩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니깐요.

 

 

손 흔들면 일어나는 일(은실 김영숙)


복도에서 수진이랑 이야기하는데
민지가 온다

 

어제 나랑 싸웠던 민지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수진이랑 얘기하면서 흔들던 손을
자기보고 흔드는 줄 알았나보다

 

초등학교 시절, 저 역시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먼저 사과하기에는 쑥스러워서 망설이고만 있는데, 어떤 우연한 상황으로 다툼이나 분쟁이 봄눈 녹 듯이 사라지는 그런 경험이요...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고집만 세지고 먼저 사과 못 할 이유만 늘어나게 되니깐, 이런 동심으로 돌아가 유쾌한 착각 속에 간 밤에 다투었던 친구가 내게 손 흔드는 모습을 멀리서 보며 웃으며 함께 손 흔들 일도 사라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근숙 시인의 블로그에서 허락 없이 사진 2장을 담아온 필자에 대한 너그러운 용서를 부탁드리면서, 김근숙, 김영숙 시인님 등 안양문인협회 모든 회원분들의 건승, 건필을 기도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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