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함께 읽는 詩] 검(劍) / 김현섭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를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검(劍)
                    -김현섭

 

예수를 낳은 마리아도
아들이 준 검을 받았는데
세상 가여운 어미의 검을
내 어찌 가슴으로 받지 않으랴

 

마른 뼈에 담긴 온기로 빚은
애달픈 모정지검,
그 날에 베이고 또 베인 들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온전한 삶을 살 수가 없다는데,
그 긴 세월 못난 아들의 어미로 살아 온
내 모친의 깊은 모정의 검 날에
내 어찌 베이고 또 베이지 않으랴

 

그 체온을 기리며
내 어찌 거듭 난 생을 살지 않으랴

 

 

※ 지난 6월 6일 모친을 여의고, 장례 이후 메모를 했던 글입니다. 우리 삶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선친 이후 다시금 깨달았었습니다. 내가 비록 청개구리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청개구리가 되어 아주 많이 울었던 날의 기록입니다. 부모님 살아 생전에 마음을 다해 함께 지내며 공양을 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임을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만 했었습니다. 이제 나의 소망은 단 하나입니다. 내가 죽어 모친의 밝은 미소를 보며, 서로 못다했던 이야기들을 영원토록 함께 기뻐하며 나누는 것입니다/김현섭 정도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