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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 기자의 마을 인터뷰] 30년 수제떡 명가' 매향 떡 방아간' 이명자 대표

"손님들이 떡 맛이 쫄깃쫄깃한게 기계송편과는 맛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

 

[정도일보 김선자 기자]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가 깊은 경제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에도 활기찬 옛모습을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저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상점 주인들과 행인들의 모습 속에서 자연재해보다 더 천재지변 같은 코로나19를 맞아 어떡하든 이를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수원시민으로서의 자긍심 때문일까?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의 문턱에서 인적이 드문드문 한적한 남수동 뒷골목의 매향 떡집 이명자(80세) 대표와 아들 이순호(55세)씨를 만났다.  

 

 

이명자 대표는 30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곳 남수동에서 떡집을 개업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씨는 30년전 북수동에서 떡집을 하다가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이곳으로 와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럼에도 이명자 대표는 "이곳 남수동이 내삷의 터전이자 내 쉼터"라고 주저없이 말을 한다. 그만큼 정겨운 곳,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 한 곳이라는 뜻일터이다.

 

"북수동 떡집이 헐리고 자리를 옮겨 이곳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힘들어서 생각도 하기 싫어. 가게를 옮기면서 장사도 안 되고 이런저런 마음 고생으로 몸도 많이 아팠기 때문이야"

 

평범한 동네 이웃분들을 만나 인터뷰 를 진행하다보면 속칭 잘나가는 성공스토리 주인공보다 더 깊은 인생 사연을 듣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자 대표 역시 지극히 평범하다 할 수 있는 고희(80) 인생길에서 스스로 짊어지고 가야할 많은 사연들을 녹여보내며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이미 체화되고 단단히 여문 그 사연들을 좀처럼 드러내려 하지를 않는다. 그저 매순간순간이 축복이고 감사이며 행복과 한숨이었노라고 말을 한다.

 

"잘되던 떡집을 떠나 새로운 떡집을 차리고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 그런데 지나고나니 그 시간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남겨져 있었으니깐... 생각해보면 그렇게 떡집을 하면서 3남매를 다 키워서 시집 장가를 보냈고, 이만큼 이나마 살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야"

 

그러고보니 코로나19는 모든 행사와 축제를 취소시키고, 결혼식과 고희연 등을 연기 및 취소시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집집마다 경조사 등으로 떡을 맞추는 등 함께 어울렸을 만남의 장이 대부분 사라졌다. 우리 고유의 떡은 산악회나, 기념일, 행사 답례품 등 특히 명절 때는 그야말로 떡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발 불황으로 모든 업종, 모든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다.


"떡은 우리 민족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빠지지 않는 터줏대감처럼 이웃 간의 정(情)을 나누는 상징이죠. 명절 때 회사에서 직원에게 나눠주던 특별수당을 "떡값"이라 부른 것도, 아무리 생활이 팍팍해도 명절 때 차례 상에 “떡”은 꼭 챙기라는 국민 정서가 담겨 있듯이 말이죠. 이처럼 우리 선조들과 함께해 온 떡을 만들고 파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 역시 어머님의 품성과도 맞아떨어지는 천생연분 같아요"

 


아들 이순호씨는 어머님과 단둘이 꾸려가는 떡집을 조만간 물려받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 침체의 늪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머님의 손맛을 이어받아 "맛집"으로 키울 자신도 있다. 그리고 자의가 아닌 주변 환경인 타의로 전통의 떡맛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명자 대표가 지나가는 손님에게 송편을 봉지에 담아 건넨다. 단골손님이다. 송편이 맛있나 궁금해진다. "송편 맛있어요?" 라고 묻자 "먹어봐!"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바로 내 손안에 떡을 쥐어주며 불쑥 찾아든다.

 

떡을 한입 물고 너무 쫄깃한 맛에 떡맛의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떡집을 시작하고 10년쯤 되었을 때, 손맛이 좋아서인지 장사도 잘됐지만,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서 떡만드는 기계를 사서 편하게 장사를 했었어. 그런데 기계로 떡을 만든 이후로 이상하게 단골손님들이 안오는거야. 그러다가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됐는데, 떡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손님들의 대답이었어. 손으로 만든 떡맛과 기계로 뽑은 떡맛이 크게 달랐던거지. 그래서 당장 떡기계를 중고상에 넘기고 다시 손으로 송편을 빚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통방식인 손으로 만들고 있어"

 

이명자 대표는 떡맛을 이야기하며 빙그레 웃으며 "난 잘 모르겠는데, 손님들이 귀신같이 알아 보더라고. 그러면서 "떡 맛이 쫄깃쫄깃하고 기계송편과는 맛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

 

 

마지막으로 이 대표께 소망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나이에 소망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가족모두 건강하고 손주들 결혼하는 것 까지만 보고 싶어. 그리고 떡집은 힘들어도 사는 날까지 단골들을 위해 계속하려고 해. 아들에게 전통의 떡맛을 전수해주고 단골손님들을 앞으로도 쭈욱 지켜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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