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미경 (사)장애인미디어인권협회 구리시지회장]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경선을 위한 당원 모집과 인사 전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권자인 시민들은 단순한 정당보다는 장애인의 인권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구리시의 장애인들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구리시는 아직 장애인 인권의식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공무원들이 매년 인식개선 교육을 받지만, 교육 대상이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하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인식 개선은 여전히 부족하다.
장애인은 원해서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다른 존재’로 바라보며 차별과 편견을 지속한다. (사)장애인미디어인권협회 구리시지회가 최근 3개월 동안 실시한 장애인 인식개선 설문조사 결과, 일부는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장애인을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인권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말하고, 표현하고, 자유롭게 다니며,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사회의 출발점이다.
“구리시는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명함을 건네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발길을 돌린다. 말로만 듣는 척할 뿐, 실천은 없다. 장애인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며,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은 장애인 인권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공약을 내세우지만, 끝나면 흐지부지된다.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장애인 인권기관 설립 및 운영 조례 제정을 후보들의 ‘1호 공약’으로 삼아야 한다.
(사)장애인미디어인권협회 구리시지회는 오래전부터 구리시 장애인 인권센터의 설립과 실효성 있는 인권조례 제정을 제안해왔다. 그러나 시의 답변은 늘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뿐이었다. 현재 시행 중인 「구리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권상담 예산은 미비하고, 인권교육과 모니터링에 대한 실질적 지원도 없다. 조례가 존재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권상담소로 접수되는 사례들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장애인 비하와 언어폭력”, “이동권 침해”, “장애 청소년의 부당한 전학 강요”, “잠기지 않는 장애인 화장실”, “장애를 이유로 한 폭력과 차별” 등 다양한 인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다.이들이 바라는 것은 금전적 지원이 아니다. 오직 차별 없는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갈 권리다.
구리시 조례 제5조에 따르면 시장은 장애인과 보호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실태조사나 구체적 사업 추진은 미흡하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인권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장애인 인권센터 운영 및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다른 지자체들은 이미 장애인 학대 예방, 인권실태 전수조사, 센터 설치 및 운영경비 지원, 센터장 상근 규정 등을 명문화하여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리시도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 인권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10에 근거한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장애인 인권증진 조례」나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여, 인권침해 상담, 교육, 차별조사, 구제활동 등을 수행 중이다.구리시 역시 이제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우리 장애인미디어인권협회 구리시지회는 모든 후보자에게 장애인 인권기관 설립 및 운영조례 제정을 공약 1호로 제안할 것이다.이 조례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장애인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다.
장애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후보, 그가 바로 구리의 장애인들이 한 표를 행사할 진정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