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 전설적인 비보이가 오는 이유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
교육청 협약식(28일)에서 비보이 드림팀 시범공연

 

(정도일보) 펑키한 그루브(Groove)의 음악에 맞춰 물구나무 선채 트리플 악셀을 하는 비보이(B-Boy)와 비걸(B-Girl)들이, 20년 전부터 세계를 제패했던 한류의 원조임을 아십니까?


브레이크 댄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춤의 정식 명칭은 ‘브레이킹’ 또는 ‘스트리트 댄스’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뉴욕 브롱크스 거리 뒷골목의 춤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12월 브레이킹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오는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부터 당당히 금메달(남 1개, 여 1개)이 걸린 종목이다. 당장 내년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종목이다.


춤은 춤이되, 동시에 스포츠인 셈이다.


한국에는 그런 브레이킹의 전설적 ‘크루’(힙합에서 팀이나 그룹을 일컫는 말)가 있다.


바로 세계 5대 메이저 브레이킹 대회(Red Bull BC One, 독일 Battle of the Year, 영국 UK B-Boy Championships, 미국 Freestyle Session, 한국 R16)를 모두 석권하면서 한국의 춤사위를 널리 알린 ‘진조크루’이다.


진조크루 멤버 뿐 아니라 갬블러크루, 라스트포원, 고릴라크루, 베이스어스크루, 저스트원크루 등의 여러 크루 멤버가 포함된 대한민국 브레이킹 드림팀이 오는 28일 서울시교육청에 모입니다. 전설적 비보이들이 서울교육청을 찾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날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대한브레이킹 경기연맹(회장 김만수, 전 부천시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진조크루 멤버가 포함된 시범단은 이를 축하하는 시범공연을 서울교육청 11층 업무협약식장에서 펼칠 예정이다.


업무협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교육청은 브레이킹을 2023년 신학기부터 초ㆍ중등학교의 방과후 학습 또는 스포츠클럽에서 배울 수 있게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외에도 브레이킹의 저변확대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연맹측은 ①초ㆍ중학생이 배울 브레이킹 커리큘럼을 제작하고, 교재를 편찬하며 ②브레이킹 수업의 강사·지도자를 양성한다.


연맹측은 특히 최초로 시도하는 브레이킹 교재 편찬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브레이킹 동작을 익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브레이킹이 이처럼 서울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브레이킹의 출발은 1970년대다. 미국 뉴욕의 클럽에서 브레이크 타임 동안 춤을 추는 댄서들을 ‘브레이크 보이’‘비 보이’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추는 춤이 곧 브레이킹이 됐다.


한국은 브레이킹 강국으로 꼽혀왔다. 연맹이 공유한 bboyrankingz.com 'http//bboyrankingz.com'에서 측정된 한국의 순위는 종주국 미국에 이어 세계랭킹 2위였다.


브레이킹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전, 이미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비보이나 비걸이 음악에 맞춰 각각 맞대결을 펼치고 심판진이 퍼포먼스를 채점해 승자를 가리는 ‘배틀’ 형식이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3만명에 달하는 젊은 관중이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던 브레이킹 배틀에서 우리나라는 남자 개인(비보이)·여자 개인(비걸)·단체전 세종목 중 비걸부문에서 김예리 선수가 동메달을 따냈다.


앞서 언급한 진조크루가 세계 최초로 5대 메이저 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도 브레이킹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그런데 올들어 브레이킹 강국 한국에 경고음이 울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10월21일~22일), 바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WDSF)에서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깜짝 방문했을 정도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가장 큰 규모의 브레이킹 대회이자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에서 한국은 비보이, 비걸 모두 3위권 밖으로 밀렸다.


1~3위는 일본, 캐나다, 중국, 미국 선수들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일본이 남자 2위, 여자 1, 3위를 휩쓸었다.(캐나다 남자 1위, 미국 남자 3위, 중국 여자 3위)


브레이킹 강국임에도 유소년 비보이, 비걸이 현저히 부족한 현재 상황을 확인한 김만수 회장은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과 저변확대가 절실하다고 판단해서, 지난 10월 하순 서울시교육청에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부천시장 재임(2010~2018)중 부천에서 세계비보이대회를 연 적도 있고, 부천 소사동에 비보이 연습장을 마련해 주면서 브레이킹을 지원해왔습니다. 지난 2019년 연맹 초대 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김진효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을 중심으로 두달간 꼼꼼히 제안사항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했다.


브레이킹이 학교체육 활성화 및 학생건강에 유익하다는 검토 결과를 얻었고, 조희연 교육감은 흔쾌히 수용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브레이킹이 시민건강에 기여하고, 나아가 다가오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브레이킹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서울이 최초다. 한국에 브레이킹이 소개된 1980년대 이후 약 50년만에 이제 브레이킹은 비주류 길거리 문화에서 주류 스포츠 문화로 진화하게 됐다.


진조크루 대표인 김헌준 연맹 부회장은 “이번 서울교육청과의 협력을 계기로 학생들이 브레이킹을 통한 신체능력 향상, 브레이킹의 도전정신과 창조성 고양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선수층이 마련되는 발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