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하늘은 침묵하지 않는다

 

 

 

“하늘은 듣기를 좋아하고 사람은 말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은 하늘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하늘이 침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침묵하는 쪽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인지도 모른다. 자기 목소리에 익숙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을 진리라고 믿는 순간 귀는 열려 있어도 들을 수 없게 된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은 아니다
사람의 말에는 마음이 담긴다. 사랑에서 나온 말과 자기 이익을 위해 내뱉는 말은 같은 소리라도 그 내용이 다르다. 자기 합리화와 이익을 위한 말, 타인을 비난하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말은 소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방어의 본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오늘날 세상에는 말이 넘친다. 방송과 인터넷, 사회관계망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마음에서 마음으로 건너가는 말은 귀하다. 말은 많지만 마음은 없는 세상이다. 서로가 자기 말을 하기 바쁘니 남의 말을 들을 틈이 없다. 하늘의 말도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하늘이 아무리 말해도 사람에게는 침묵으로 들린다.

 

하늘은 소리 없이 말한다
사람은 입으로 말하지만 하늘은 반드시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우주는 질서와 이치로 말하고 자연은 존재의 법도로 말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열매가 익는다. 씨앗은 자신을 땅에 묻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자연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사람 역시 그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치와 법도에 어긋나면 마음의 평화가 흔들린다. 남을 속이고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이유가 있고, 양심을 거슬러 살면서 내면 깊은 곳이 불편한 까닭이 있다.


그 소리를 양심이라 부르든 본심이라 부르든 중요한 것은 이미 사람 안에 옳고 그름을 알아차리는 울림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누군가 지적해야 잘못을 아는 사람인가. 아무도 보지 않아도 스스로 잘못을 아는 사람인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내가 아는 내가 있다. 그 내가 아는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삶일 것이다.

 

본심의 소리는 멀리 있지 않다
사람은 하늘의 응답을 먼 곳에서 찾으려 한다. 특별한 징표를 기다리고 특별한 음성을 기대한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했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는 마음, 어려운 사람을 외면했을 때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찾아오는 조용한 평안이 있다. 그것이 본심의 울림이다.


성인과 현철들이 남긴 말씀도 하늘에서 완성된 문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았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했으며, 마침내 그 깨달음을 말씀으로 남겼다. 성인의 말씀을 공부한다는 것은 옛 문장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들었던 소리를 자기 안에서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침묵 속에서 들리는 말씀
명상과 기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많이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내가 옳다는 생각, 남이 틀렸다는 생각, 인정받고 싶은 마음,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머릿속을 채운다.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본심의 작은 울림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멈추어야 한다. 말을 줄이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져야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 사람에게 먼저 사과하라.”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라.”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라.”
이런 마음을 사람은 너무 쉽게 지나친다. 그러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왜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하늘은 이미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하늘은 한 번도 침묵한 적이 없다. 사람이 자기 목소리에 취해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이다. 하늘의 사랑이 멈춘 적도 없다. 다만 그 사랑을 들을 귀가 없었던 것이다. 하늘의 소리와 본심의 소리가 하나로 만나는 순간이 있다. 욕심과 두려움, 자존심과 고집을 내려놓을수록 그 소리는 분명해진다. 반대로 자기 생각과 본심의 소리가 계속 충돌한다면 아직 내 안에 ‘나’가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모시는 삶은 특별한 음성을 기다리는 데만 있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옳다고 아는 것을 실천하는 데 있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아도 선을 행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며, 미워할 이유가 있어도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늘은 멀리 있는 존재의 목소리만이 아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본심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늘이 침묵한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말을 멈출 일이다. 세상의 소리를 끄고 내 생각을 내려놓고 고요히 귀를 기울이면 된다. 하늘은 지금도 말하고 있다. 다만 사람이 듣지 않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