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열 칼럼] 추미애 지사의 재정비상,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공기관 체질을 바꿔야 한다

 

 

 

 

삼국지에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갈량이 아끼던 장수 마속이 군령을 어겨 전투에서 패하자 눈물을 흘리면서도 군율과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조직을 살리기 위해 책임을 묻는 것. 저는 지금 경기도 공공기관에 필요한 자세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도일자리재단,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그리고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안성·포천병원 등에서 연말 인건비 부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렇게 직원들의 월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까. 저는 먼저 묻고 싶습니다.

 

경영은 오늘 들어온 돈으로 오늘을 버티는 일이 아닙니다.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경영진의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2026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였습니다. 도지사가 바뀔 수 있고 도정 철학과 정책, 재정운용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기관은 1년치 인건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기관마다 인건비 부족의 원인과 책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경영진이라면 6개월 뒤의 재정위험까지 내다보고 대비했어야 합니다.

 

추경에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면 1차 추경부터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합니다.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됐다면 즉시 비상경영에 들어가 사업을 재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자체수입 확대와 조직 효율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이제 와서 출연금을 받지 못하면 직원들의 월급 지급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모습부터 보인다면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추미애 지사는 재정비상을 선언하고 이번 추경에서 일부 공공기관의 출연금 요구에 엄격한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한 예산 삭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지사의 재정비상선언이 진정한 재정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첫 번째는 경기도 공공기관의 체질 개선이어야 합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도일자리재단,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의료원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기관들의 경영상태를 전면 점검하면서 왜 인건비가 부족해졌는지, 경영진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1차 추경 이후 무엇을 했는지, 자체수입 확대와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이 확인된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공공기관 역시 출연금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재정개혁을 통한 경영정상화 계획과 구체적인 자구책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무엇을 줄이고, 어떻게 수입을 늘리고, 조직과 사업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도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출연금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덮어주는 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읍참마속에는 제갈량의 결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패전 책임을 피하지 않았던 마속의 자세도 있습니다. 지금 공공기관 경영진에게도 그런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출연금 확보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경영진의 자리는 모두 지키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책임경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지키고 기관을 정상화하기 위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가장 먼저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경기도의회도 직원들의 생계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자구책과 책임 있는 결단 없이 부족한 돈만 다시 채워주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추미애 지사의 재정비상선언이 단순한 예산 삭감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이참에 추 지사와 경기도의회는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공기관의 체질을 바꾸어야 합니다. 통합할 것은 통합하고, 줄일 것은 줄이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반드시 필요한 기관은 더욱 건강하게 다시 세워야 합니다.

 

책임을 묻는 것도 개혁이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개혁입니다. 
경기도의 성공과 도민의 행복을 바랍니다.

 

전)경기도의회 의장
현)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현)정도일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