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환경 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다

 

 

 

[이상수 칼럼]

 

히말라야가 무너지고 있다

사람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물이 너무 많아도 살 수 없다. 산에 쌓인 눈과 얼음도 그렇다. 적당히 얼어 있을 때는 생명의 저수지지만, 한꺼번에 녹아내리면 재앙이 된다. 최근 네팔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자연의 균형이 얼마나 무서운 모습으로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빙하가 녹고 산사면의 얼음과 암석, 토사가 움직이면서 물길을 막았다가 터지는 과정에서 피해가 커졌다. 수천 년 동안 말없이 서 있던 히말라야가 지금 인간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하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다. 겨울 동안 물을 저장했다가 계절에 따라 조금씩 흘려보내는 거대한 자연의 저수지다. 그 물은 여러 강으로 흘러 수많은 사람의 식수와 농업용수가 된다. 그런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네팔만의 책임이 아니다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는다고 해서 네팔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모른다. 한 나라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그 나라 하늘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에서 나온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배출된 탄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와 끊임없이 소비하는 물건들이 모두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마음껏 빌려 쓰면서도 값을 치르지 않았다. 산에서는 나무를 가져오고, 땅에서는 석탄과 석유를 캐냈으며, 강물을 막고 바다의 자원을 퍼냈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내어주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이 무한한 창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연에는 한계가 있었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것은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지나치게 사용해 온 인류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뜨거워지는 바다, 거칠어지는 태풍 환경의 변화는 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면 우리는 태풍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나오면 창문을 닫고 농작물을 살피며 배를 단단히 묶는다. 태풍은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그 힘과 피해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외면하기 어렵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바다도 열을 더 많이 품게 된다. 따뜻한 바다는 대기에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고, 강한 비를 동반하는 극한기상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산에서는 얼음이 녹고, 바다에서는 열이 쌓인다. 서로 다른 현상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지구에서 일어나는 같은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인간과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밖에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 우리의 날씨가 달라지고, 빙하가 녹으면 우리의 물길이 달라진다. 자연의 변화는 결국 인간의 식탁과 집 앞까지 찾아온다.

 

자연은 계산서를 잊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에게 한 번도 계산서를 내민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공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공짜였던 것이 아니다. 계산을 뒤로 미뤄놓았을 뿐이다. 오늘 우리가 편리하게 누리는 에너지와 소비의 대가는 내일 홍수와 가뭄, 폭염과 산불, 생태계 파괴라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자연은 인간처럼 화를 내며 복수하지 않는다. 다만 균형이 무너지면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강을 너무 막으면 물이 넘치고, 숲을 너무 베면 산이 무너진다. 바다를 계속 뜨겁게 만들면 기후의 균형이 흔들린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자연에게 한 일이 무엇인지, 자연은 반드시 결과로 보여준다. 환경을 살리는 일도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에너지를 아껴 쓰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숲과 강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빙하와 산사태 위험지역을 감시하며 재난을 미리 알려주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빌려 쓴 지구를 돌려주어야 한다

문제의 뿌리는 기술보다 인간의 욕심에 있다.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는 것이 곧 잘사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구는 인간이 마음대로 쓰고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자녀에게 물려받은 것도,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것도 아니다. 잠시 빌려 쓰다가 다음 세대에 돌려주어야 할 삶의 터전이다. 어릴 적 겨울이면 처마 끝에 고드름이 열렸다. 햇볕이 들면 조금씩 녹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졌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오래된 고드름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금 녹고 있다.


네팔의 홍수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는 일도,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일도, 여름 태풍이 거칠어지는 일도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이 인간이라면 환경을 살릴 책임도 인간에게 있다. 지구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편리하게 살 것인가, 더 오래 살 것인가.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를 요구한다면 이것일 것이다. “내가 준 것을 다 쓰고 버리지 말고, 다음 사람에게도 남겨 달라.” 히말라야가 녹기 전에, 바다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어야 할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