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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비바체 / 최충식

 

 

※정도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자작시 포함)와 짧은 감상평을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 시인의 등단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편집국

 

 


        비바체

                   -최충식


그녀는 무척 빠르다
이른 눈을 뜨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구두 소리 경쾌한 잰걸음이며
빠른 판단이 무슨 일이든 척척이다
그녀는 유연하여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금세 제자리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눈길 한 번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쉬는 자리에서도
잽싼 몸짓에
긴 머릿결을 흩날리는데 
흠칫 
우울의 냄새가 풍기는 것은
꼭 나한테 숨은 말이 있었나 보다

 


※페이스북 친구인 최충식 시인(전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겸 충남회장)은 현재 고향에 내려와 시 쓰고 농사를 짓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어린이부터 60대까지 아마추어로 구성된 '보령 시민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연주를 보고 들으며 시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비바체(Vivace)란 악보에서, 아주 빠르게 연주하라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고희를 넘긴 시인의 마음이야 제가 어찌 짐작하겠습니까만, 혹여 우리가 쏜살같이 빠른 세월을 체감하며 지내고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아주 빠르게' '쏜살보다 빠르게' 남은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세월은 무척 빠르니깐요/김현섭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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