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함께 읽는 詩 / 김현섭] 꽃그늘에 눕다

 

※정도일보는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와 짧은 감상평을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보도를 하겠습니다/편집국 


           꽃그늘에 눕다
                        -김현섭

 

꽃그늘에 누웠는데
새와 눈이 마주친다
꽃이 아름다운 건
그 향기나 모양 때문만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손끝에도 부서지는
연약함 때문일 터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여전히 꽃가지에 앉아 내 눈을 바라보고

 

꽃이 아름다운 건
색이며, 향이며, 연약함 때문만이 아니라
한 철 짧은 순간을 피고 지는 단연지정에 있음을,

 

삶이 나를 이곳까지 불러들였 듯이
그대의 삶이 저만치서
그대를 앞서가고 있음을

 

꽃그늘에 누워
그대를 추억한다

 

[편집국에서] 실연의 아픔이 어느 정도 퇴색하게 되면 우리는 흔히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라고 회상을 합니다. 필자 역시 그 범주에 머물렀었고요. 그래서 이별 후 이런 시를 적었었나 봅니다. 오늘 오래전 졸시를 다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랑의 때, 청춘의 시기에 모든 무의식의 감정을 의식화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만남과 헤어짐에 천착해 그 사랑의 감정을 소중하게 갈무리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그랬다면 어쩌면 다른 삶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고요. 늘 깨어있어 스스로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된 삶을 살게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모든 독자분들의 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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