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전라도 남원을 떠나 현재의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집과 가게 등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소인호씨 부부. 이들에게 남수동은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김선자 기자
[정도일보 릴레이 인터뷰①-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소인호씨] 36년을 한 자리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일까?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마치 지역 이정표처럼 대운전기철물을 운영하고 있는 소인호(64) 사장을 만나 그의 삶과 애환, 그만의 사업 노하우 등을 들었다. 7월의 마지막 날, 수원천변 남수동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 만난 소인호씨는 편안한 모습의 미소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무더위를 씻어주는 듯한 미소가 청량 음료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36년을 한결 같이 저 편안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았으리라. 먼저 그에게 36년을 한결 같이 지역사회와 공감하며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나는 아직도 손님들에게 배우고 또 배웁니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대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들의 삶의 일면을 보게 되니깐요. 그렇게 손님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나의 부족함은 물론 삶에 대한 겸손함이 자연스레 생기더라고요. 장사는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손님들과 맺은 인연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깐요. 내가 이 자리에서 36년을 한결 같이 버텨온 것도 단 한사람과의 인연도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몫 좋은 곳으로의 확장 이전 유혹도 많았었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고객과의 인연을 소중히 갈무리하려는 마음가짐이었으니 친절 등의 장사 철칙은 더 물어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다.
소인호씨는 팔달구청 인근에서 장사를 처음 시작한 이후,, 수원시의 개발사업으로 20년전 지금의 이 자리(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130-2)로 가게를 옮겼다. 현재 1~3층을 사용하과 있다/김선자 기자
"1981년 남원을 떠나 이곳 남수동에 이사를 오고 이후 1983년 아내(김영미씨)와 함께 현재 팔달구청 인근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수원에 친척도 친구도 없었어요. 가게 주변에는 대부분 수원 토박이 분들이었죠. 처음에는 고향이 전라도라는 지역감정 때문에 텃세를 많이 받았었어요. 가게를 시작하고 2년 동안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힘든 시절의 그 힘듦을 떠올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에는 그리움과 희망, 그리고 삶의 무게가 얹혀 있었다.
"지금 이곳 남수동은 나의 고향입니다. 아내와 함께 지금은 장성한 두 아들을 키웠던 시절시절이 그대로 녹아나 있어요. 36년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아 남수동이 내 자식들의 고향인 것처럼 이 곳이 나와 아내의 고향이구나'라는 깨달음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니깐요"
소인호씨는 새벽 6시에 철물점 가게 문을 열고 저녁 8시까지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건물 1, 2, 3층 전체에 수천가지가 넘는 종류의 물건들이 있다. 그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기억하고 있을까? 어쩌면 물건들의 그 자리를 숙지하고 있는 것처럼 옛 기억과 추억들도 그 자신의 내면속에 아직 생생히 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에게 소망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3년 전, 건강악화로 병원신세를 졌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회복됐지만 아직도 건강문제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옛말에 '재산을 잃으면 작은 것을 잃고, 명예를 잃으면 큰 것을 잃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당장 물건이 필요한 손님들 생각에 단 하루도 맘 편히 가게문을 닫고 쉬지를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어린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이었어요. 앞으로는 조금씩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고, 가족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게 소망입니다"
현재 남수동은 도시재생사업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소인호씨가 바라보는 지금의 남수동은 36년전과 달리 아주 많이 깨끗해지고 발전된 모습이다. 어쩌면 소인호씨가 36년간 한 자리를 버티며 사업을 일궈온 원동력은 바로 남수동 지역사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이 남수동을 떠날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그는 정과 사랑, 기억과 추억이 가득한 남수동을 떠나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마지막 말로 인터뷰를 마치려고 한다.
"앞으로는 우리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도시재생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내 고향, 내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구성원의 역할을 다 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