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혼인잔치의 주인을 아는 신앙

 

 

 

[이상수 칼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혼인잔치의 비유는 단순히 천국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비유는 하나님께서 오랫동안 준비하신 구원의 역사와 사랑의 완성을 보여 주는 말씀이다. 혼인잔치는 신랑과 신부가 하나 되어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가장 큰 기쁨의 자리이다. 성경에서 혼인잔치는 하나님과 인간이 사랑으로 하나 되고, 잃어버린 자녀를 다시 품는 회복과 완성의 상징이다. 따라서 잔치의 중심은 음식이 아니라 주인의 기쁨이며, 그 목적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비유 속에서 먼저 초대받은 사람들은 잔치에 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밭을 보러 가야 한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소를 시험해 보아야 한다고 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장가를 들었으니 갈 수 없다고 했다. 모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들이었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부르심보다 자신의 형편과 이해관계를 앞세웠다. 영원한 가치를 일상의 바쁨 속으로 밀어낸 것이다.


우리는 이 비유를 읽으며 흔히 "길거리의 사람들도 초대를 받았으니 은혜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먼저 말씀하고자 하신 것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끝내 오지 않았을 때 하나님의 마음이다.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잔치를 준비한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를 기다리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비어 있는 잔치상보다 더 허전한 것은 비어 있는 자녀의 자리일 것이다.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은 심판만을 기다리시는 분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녀를 끝까지 기다리시는 아버지이시다. 인류 역사는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를 다시 찾기 위해 참고 기다리며 눈물로 이어 오신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혼인잔치의 비유도 바로 그 하나님의 심정을 보여 준다. 사람이 없는 잔치가 슬픈 것이 아니라, 불러도 오지 않는 자녀를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이 더 비참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은 종들에게 다시 명령한다. "길거리로 나가라. 골목으로 나가라. 만나는 사람마다 데려오라."


이 명령은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며, 단 한 사람이라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간절한 부르심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그 길에서 불려온 사람일지 모른다. 처음부터 초대 명단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잔치에 참여하게 된 사람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축복을 받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먼저 초대받은 사람들을 기다리며 애태우셨던 하나님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 왜 그들을 부르셨는지, 왜 그들을 기다리셨는지, 왜 끝내 포기하지 않으셨는지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신앙의 성숙은 얼마나 많은 은혜를 받았느냐에 있지 않다. 하나님의 기쁨을 기뻐하고 하나님의 슬픔을 함께 아파하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혼인잔치의 비유 속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성공, 일과 사업, 가정과 자신의 계획이 하나님의 부르심보다 앞서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바쁘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초청은 뒤로 미루고 살아간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도 사람을 찾으신다. 자신의 유익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형편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사람을 찾으신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무엇을 받았는가?"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누구를 기다리셨으며, 어떤 마음으로 나를 부르셨는가?" 이 질문 앞에 설 때 신앙은 단순한 종교생활을 넘어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 가는 삶이 된다. 비록 내가 처음 초대받은 사람이 아니었을지라도, 오늘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었다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외면한 그 뜻을 내가 이어받겠습니다. 사람들이 비워 둔 그 자리를 내가 지키겠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사정을 앞세웠지만, 나는 하나님의 사정을 먼저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이러한 결심이야말로 혼인잔치 비유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깊은 도전이다.


잔치의 완성은 자리가 채워지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의 기다림을 이해하고, 하나님의 눈물을 자신의 눈물로 품으며,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사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일어날 때 비로소 잔치는 완성된다. 그러한 사람은 더 이상 우연히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다. 그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 자녀이며, 하나님의 기쁨을 함께 이루어 가는 참된 동역자이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혼인잔치의 비유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신 복음의 깊은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