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의 포커스】 대한민국 대전환 시리즈 ② (지역균형) 인구소멸, 대학 혁신, 재정 자립의 삼각 해법

  • 등록 2025.05.30 07: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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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완성된다

 

 

“고향은 아직 그 자리에 있지만,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강원도 태백에서 대학을 졸업한 26세 청년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지역엔 일자리도, 배움도, 친구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세금조차 수도권을 향해 흐른다. 2024년, 대한민국은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국가지만 삶의 조건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소멸위험지역은 전체 기초지자체의 절반 이상인 121곳으로 늘었으며, 지방 대학 입학정원 미달률은 41.6%에 달한다. 동시에 지방재정 자립도는 평균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군 단위 자치단체는 자체 수입보다 의존재원이 더 많다.

 

정부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를 출범시켰고, 대선 후보들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제2공공기관 이전, 지역특화 교육기관 육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도 설계는 여전히 중앙 중심이며, 지방 재정의 현실이나 청년 유출의 본질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균형발전의 실패는 곧 삼각의 균열로 이어진다. 사람이 떠나는 지역에는 대학이 문을 닫고, 대학이 사라진 지역에는 산업이 사라지며, 재정은 계속 수도권으로 흡수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구, 교육, 재정을 한 틀로 엮은 구조적 개혁이다.
 

첫째, 인구소멸위험지역을 위한 권역별 맞춤형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공간만 채우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유인하고 관계를 설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인구 감소’ 그 자체가 아니라, ‘기회 감소’가 문제다. 소멸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복합센터, 공유오피스, 복합돌봄센터 등을 통합한 생활거점을 조성하고, 지역민·이주민·청년의 관계망을 회복하는 리빙랩 방식의 프로젝트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RISE 및 글로컬 대학 정책은 교육혁신을 넘어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지역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청년과 지역산업을 연결하는 앵커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대학을 거점으로 산학일체형 직무교육, 사회혁신 연구소, 지역청년 창업지원센터 등이 융합된 구조로 재편해야 하며, 운영권은 지역사회 협의체에 위임돼야 한다. 현재처럼 교육부 중심 예산배분 구조로는 지역맞춤형 대응이 불가능하다.

 

셋째, 지방재정 자립은 ‘수입을 늘리는 방식’보다 ‘설계권을 넘기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면 단순한 교부세 확대가 아니라, 재정권한과 기능권한을 동반 이양해야 한다. 예컨대, 문화·관광·교육 분야에서 기초자치단체에 정책기획권과 조세 자율성(지역세 일부 조정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 계획제를 법제화함으로써 스스로 설계하고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전략의 핵심은 지역 청년 반환 프로젝트다. ‘돌아갈 만한 곳’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로 정주 청년에게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안한다. 먼저, 지역 정착의 물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임대료 지원과 공공 창업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주거와 창업 비용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줘야 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사회서비스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역할과 소속감을 갖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지자체·지역 기업이 협력하여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직접 설계하고 연결하는 ‘취업 연계형 트랙’을 운영한다면, 청년은 단순히 떠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의 지역창생 전략은 청년층에 귀촌장려금을 넘어서 커뮤니티 기반 주거 보조와 지역 대학 연계 사회서비스 실습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농촌 청년에 대한 정주지원을 교육·주거·복지로 통합한 ‘유연 정착 프로그램’을 국가전략으로 운영 중이다.

 

지방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공약이 아닌 체계를 설계하고,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때다.

지방이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완성된다.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도일보에 매 주 1편 이상의 칼럼을 게재한다.(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김한준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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