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의 포커스] 『100세 시대 인생 설계 시리즈』 ① 퇴직 전 인생3모작 준비, 어떻게 시작할까?

  • 등록 2025.05.28 0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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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과 창업, 사회공헌까지…신중년의 길을 다시 묻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다시 쓰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김한준 칼럼] 

“퇴직 후 10년, 소득이 42% 감소한다.”
충격적인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고령자의 은퇴 이후 소득절벽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58세에 평균 311만 원이던 소득은 만 68세에 180만 원으로 무려 42%나 급감했다. 이러한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연령 증가(49%)와 주된 일자리 이탈(40%)이 지목되며, 특히 고소득자와 고학력자일수록 그 충격이 더욱 크다(한국고용정보원, 2024). 이러한 현실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소득이 줄어드는 데 있지 않다. 퇴직과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이 붕괴되고,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이 급격히 무너지며, 자존감은 빠르게 낮아지고 몸과 마음은 서서히 무기력에 잠식된다. 고전에서는 “川流不息(천류불식)”—강물은 멈추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퇴직 후의 시간은 마치 정체되어버린 듯 흐름을 잃는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히 준비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은 2025년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6%를 넘을 것이라 예측했고, 평균 기대수명은 84.6세에 이르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여전히 60세 전후로 경제 활동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 25년 이상을 새로운 삶의 리듬으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하며, 이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인생의 절벽으로 추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은퇴 후의 삶은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장의 시작이며, 이를 위해 퇴직을 ‘끝’이 아니라 ‘인생3모작’의 서막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퇴직 전, 우리는 어떤 준비로 인생3모작을 시작해야 할까?

첫째, 경력 리빌딩(Career Rebuilding)이 필요하다. 고령자가 기존 경력을 살려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거나 프리랜스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의 경험과 전문성을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역량 강화, 자격증 취득, 소셜 미디어 활용 등 경쟁력을 높이는 준비가 필요하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운명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퇴직 후 선택을 주도하려면 퇴직 전에 경력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둘째, 창업과 프리랜스 기회를 선제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50대 이상 창업의 성공률은 낮지만,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1인 콘텐츠 제작, 지역 밀착형 소규모 사업 등은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과 위험 부담이 적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배고픔과 우매함을 유지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강조했다. 이는 작은 시도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움트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장 반응을 신중히 검증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창업 지원제도를 충분히 활용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통한 정체성 회복이 중요하다. 직장이 사라진 후 사회적 소속감을 유지하지 못하면 정체성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 활동, 멘토링, 자원봉사 등은 타인을 돕는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불경에서는 “諸行無常(제행무상)”이라 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지지만, 나눔과 공헌은 흔들리는 삶을 단단히 붙잡아 주는 닻이 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삶은 개인적 만족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길을 연다.

 

이제 퇴직은 단순한 휴식이나 여유의 시간이 아니다. 소득 절벽과 사회적 고립을 넘어, 삶의 의미를 다시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환점이다. 퇴직 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하루의 루틴을 기록하고 나만의 키워드와 실천 계획을 세우며, 작은 움직임을 통해 삶을 변화시켜 보자. 작은 움직임이 삶을 바꾸는 큰 힘이 된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지금이 바로 선택의 시간이다.

 

김한준 박사(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정도일보에 매 주 1편 이상의 칼럼을 게재한다.(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김한준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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